바야흐로 대선 정국입니다. 수많은 매체에서 20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대통령 후보들에게 자신들의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크고 작은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평생교육계 또한 발 빠른 움직임을 통해 지난 11월 5일 순천에서 개최된 「제7회 대한민국평생학습박람회」에서 [보편적 평생교육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선언을 시작으로 대국민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올해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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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학교 교육대학 교육학과 조 순 옥 교수
2021년은 평생학습도시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해이다. 먼저 2001년 처음 지정된 평생학습도시 조성이 20년을 맞이하였다. 평생학습도시 조성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평생교육정책사업의 대표 브랜드이다. 전국의 181개 시·군·구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어 주민을 위한 다양한 평생교육 기회 제공에 힘쓰고 있다. 경상북도의 경우, 올해 상주시와 영천시가 평생학습도시로 신규 지정되어 모두 12개의 시·군·구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하나의 의미는 유네스코의 학습도시 국제회의가 우리나라 연수구에서 개최되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는 지역 수준에서의 평생학습을 증진하는데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내고 공동의 노력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년 단위로 개최하는 국제회의이다. 2021년 10월 27일부터 개최된 이 회의에는 전 세계 64개국에서 2,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으로 참가하였으며, 코로나 19 위기하에 평생학습을 통하여 도시의 회복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연수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학습도시 국제회의는 유네스코의 글로벌학습도시네트워크(Global Network of Learning Cities: GNLC)의 핵심사업이다. GNLC는 유네스코가 2015년 공식 출범시킨 도시 간의 국제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유네스코는 오랜 시간 동안 도시의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도시는 인적 자원을 포함한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의 인프라가 결집한 장소이다. 따라서 도시는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자 모든 시민을 위한 양질의 교육 및 학습 제공자로서 강력한 가능성을 가진다. 유네스코와 GNLC 회원도시들이 생각하는 학습도시의 이상적 모습은 GNLC가 정의하는 학습도시 개념에 잘 드러나 있다. 학습도시는 기초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포용적 학습을 실현하며, 가정과 지역사회에서의 학습, 직업 관련 학습과 직장에서의 학습을 촉진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신의 학습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학습의 질과 우수성을 관리하고, 전 생애에 걸친 학습문화 조성이 학습도시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다. 이를 통하여 학습도시는 모든 주민의 개인 역량을 향상할 뿐 아니라 사회통합, 경제발전, 문화적 번영을 이루어 우리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습도시 간의 네트워크인 만큼 GNLC의 핵심 가치는 소통과 상호학습이다. 하나의 지역이 학습도시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개인이 열심히 학습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지역정부가 주민의 학습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 정부 스스로 적극적인 평생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유네스코와 GNLC에 참여하는 도시들의 믿음이다. 이를 반영하여 GNLC의 주요 활동은 지역정부와 관계자들을 위한 학습 기회 제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체는 유네스코 평생학습원이다. 유엔 산하 기구 중 평생학습을 전문으로 하는 유일한 기관이며, 1952년 설립 이래로 평생학습 분야의 씽크탱크로서 역할을 수행해 온 유네스코 평생학습원이 GNLC의 사무국이라는 것은 이 네트워크의 큰 강점이다. 유네스코 평생학습은 회원도시들 간의 노하우와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학습도시로의 발전을 위한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각종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학습도시 국제회의이다. 제1차 중국 베이징 회의를 시작으로 제2차 멕시코 멕시코 시티 회의, 제3차 아일랜드 코크 회의, 제4차 콜롬비아 메데진, 제5차 대한민국 연수구 회의까지 총 5회 개최되었다. 다른 회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회의에서 역시 평생학습 분야 전문가들의 강연, 학습도시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도시 시장의 사례발표 이루어진다. 그러나 학습도시 관계자들이 이 회의에 주목하는 이유는 유네스코가 매 회의에서 발표하는 주요 문건들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학습도시 국제회의에서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GNLC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따라서 앞으로 GNLC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나갈지 알고자 한다면 학습도시 국제회의의 선언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습도시 국제회의의 하이라이트는 유네스코 학습도시상의 수여이다. 학습도시 구축의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2년 단위로 시상한다. GNLC 회원도시를 대상으로 학습도시 조성과 관련된 계획의 이행 여부, 지역 내 다양한 관계자들과의 협력 여부, 지역이 보유한 자원을 평생학습을 위하여 효과적으로 활용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수상도시를 결정한다. 2015년 처음 12개 도시를 수상도시로 선정한 이후 2021년에는 10개 도시를 수상도시로 선정하였다. 유네스코 학습도시상을 수상한 지역에 대해서는 그 지역의 사례를 온라인 동영상, 사례연구 보고서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전 세계로 배포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활동은 GNLC 클러스터의 운영이다. 유네스코와 유네스코 평생학습원은 GNLC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정부들이 평생학습과 관련하여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주제를 ①지속가능발전교육, ②평등 및 포용, ③교육 계획·모니터링·평가, ④세계시민교육, ⑤기업가 정신, ⑥건강과 복지, 모두를 위한 교육, ⑦문해로 규정하였다. 주제별 클러스터를 조직하고 GNLC 회원도시들이 관심 있는 클러스터 내에서 정책 및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학습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GNLC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GNLC 회원도시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이다. 유네스코의 글로벌학습도시네트워크는 2015년 공식 출범을 선언하여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네트워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르게 성장하여 2020년 기준 전 세계 64개국 229개 도시가 회원도시로 가입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총 50개의 시군구가 GNLC의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경북에서는 상주시, 구미시, 포항시, 안동시가 회원도시이다. GNLC의 회원도시가 될 수 있는 자격에는 특별한 제한은 없다. 유네스코 회원국의 지역정부라면 신청이 가능하다. 회원이 된 이후 지불하는 회비도 없다. 그러나 실제 회원도시가 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 먼저 지역정부는 학습도시의 발전 계획을 포함한 신청서를 우리나라의 GNLC 관련 활동을 총괄하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지역정부의 신청서를 기반으로 전문가 평가를 거쳐 최대 3개 도시를 선정, 가입 신청을 승인한다. 이를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 GNLC 회원도시가 가장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지역정부가 평생학습에 가지는 관심이 높은 이유도 있지만, 타 국가 지역정부에 비하여 평생학습도시 조성사업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해서 평생학습 정책을 추진해온 기반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학습도시상 수상 도시를 4개 도시나 배출한 국가이다. 2015년 남양주시의 수상을 시작으로 2017년 수원시, 2019년 서대문구, 2021년 오산시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우리나라의 지역정부가 지속적으로 학습도시상을 수상하는 것은 그만큼 유네스코 GNLC 안에서 우리나라의 평생학습도시 사례가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타 국가 지역정부가 우리나라의 사례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 GNLC 내에서 우리나라 평생학습도시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양시, 오산시, 연수구가 GNLC 클러스터에서 코디네이터 도시로 선발되어 전 세계 지역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 19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인천 연수구에서 개최한 제5차 학습도시 국제회의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지역 정부들이 코로나 19 시대에 매 순간 새롭게 등장하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역정부와 지역주민의 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평생학습이 지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출현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의 새로운 세계의 등장, 기후변화,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 등 우리가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위기 대처와 생존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방안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개별 국가 정부, 지역 정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 국가와 지역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GNLC는 존재하며, 앞으로 GNLC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GNLC 안에서 경상북도 평생학습도시의 활약상이 전 세계로 알려지길 기대한다. 경상북도에서도 이미 4개 시가 회원도시로 참여하고 있으며, 총 12개 시·군·구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만큼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만한 우수 사례는 충분히 있다. 전 세계 학습도시 관계자들과 경상북도의 사례를 가지고 함께 소통하려는 시도를 해 볼 시점이다. GNLC 안에서 경상북도를 알리는 것을 넘어서 우리 평생학습도시 관계자분들이 GNLC를 통하여 다양한 학습기회를 가지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