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리핀 타가이타이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마닐라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화산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타가이타이는 고산 지대로 날씨가 선선하고, 모기도 없어 마닐라 사람들이 휴양지로 애용하는 곳이다. 필자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신입직원으로 들어가서 1984년 첫 해외 출장을 간 나라가 필리핀이었다. 당시 필리핀은 한국보다 더 서구화 되어 있었고, 더 선진국이었으며 빈부격차는 컸지만 더 잘 살았다. 석양이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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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평생교육진흥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평생교육에 대한 글을 다소 딱딱한 법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은 법에 근거해서 생명을 얻은 기관이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해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①항과 ⑤에 명기된 법조문이다. 평생교육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며, 국가의 책무이다. 이와 같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의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평생교육법을 통해 국가 – 광역자치단체(시도평생교육진흥원) – 기초자치단체로 이어지는 평생교육 추진체계를 명기했다.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은 평생교육법 제20조 ①항(시도지사는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을 설치 또는 지정·운영할 수 있다)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으로, 2011년 부산을 시작으로 2016년 세종시에 평생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며 전국 17개 시도 전체에 평생교육진흥원이 모두 설립되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평생교육 권리를 수호하고 지역의 평생교육을 진흥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그러나 당시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등 몇몇 진흥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진흥원이 지역 대학 또는 기관에 위탁되는 형태로 운영되어 광역 단위의 평생교육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평생교육을 진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후 각 진흥원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독립법인으로 재출범하여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그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은 지역의 평생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군구의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평생교육 종사자들을 비롯해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평생교육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경상북도인재평생교육진흥원 또한 2013년 대구대학교에 지정·설립된 후 2021년 1월 1일, 독립법인인 경상북도인재평생교육진흥원으로 힘차게 새 걸음을 내딛었다.
경북도민 누구나, 지역 어디서나 평생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배움으로 함께 성장하는 학습공동체를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평생교육으로 행복한 경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경상북도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설립되었을 때 지역에서 평생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은 평생학습의 참여기회가 늘어 즐거워했을 것이며, 지역 평생교육 관계자들은 평생교육 추진 기반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데 환호했을 것이다.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이 설립되고 독립법인으로 재출범하며‘이제는 평생교육을 담는 틀은 어느 정도 만들어졌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많은 지역에서 공공기관 통폐합이라는 큰 변화를 앞에 두고 있다.
이미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이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통합되며 기관명에서 ‘평생교육’이라는 용어가 빠졌고, 몇몇 진흥원들이 같은 처지에 놓일까 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군가는 기관명이야 어떠하든 평생교육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인‘평생교육’을 위해 운영되는 기관의 명칭에 ‘평생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평생교육을 국민들에게 잘 알리는데 이름을 거는 것 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싶기도 하다.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의 통폐합 이슈는 평생교육 추진 체제를 완성하고, 지역사회에서 꽃피는 평생학습을 염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때 이른 서리처럼 당혹스러운 일이다. 또 한편 오늘의 평생교육진흥원이 지역사회에서 튼튼히 뿌리내지 못한 반증인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내일의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은, 평생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1월 국회교육위원회에서 의결된 평생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따르면,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의 근거가 되는 평생교육법 제20조의‘시도평생교육진흥원을 설치 또는 지정 운영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운영하여야 한다’라는 의무조항으로 수정하고, 컨설팅, 조사·연구, 관계자 역량강화 지원 등의 역할이 추가되어있다.
아울러 시도평생교육진흥원들의 협의체인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새롭게 포함되었다. 물론 아직 평생교육법 개정 중이지만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의 법적 위상이 강화되고, 그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또한 부족한 예산 문제, 지역에 따른 평생교육 편차 문제, 추진체제 속 시도진흥원의 역할 정립 등 함께 고민해야할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지난 10여년의 시간 동안 그래왔듯 지역 평생학습 활성화를 향해 나아간다면 배움으로 사람을 키우고 함께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신영복선생님의 ‘산천의 봄’이라는 글을 떠올려 본다. ‘산천의 봄은 흙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옵니다. 얼음이 박힌 흙살을 헤치고 제 힘으로 일어서는 들풀들의 합창 속에서 옵니다.’라는 시구처럼 모두가 행복한 내일의 평생학습도 가장 차가운 오늘로부터 올 것이라 믿는다.
지역에 뿌리내린 전국의 시도평생교육진흥원들이 차가운 칼바람도 잘 이겨내고 찬란한 봄을 맞을 것이라 기대한다. 사람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고, 학습이 권리이자 생활이 되는 내일을 꿈꾸며 평생학습 현장을 누비고 있을 많은 시도평생교육진흥원과 지역의 평생교육 관계자, 그리고 매일 배움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평생교육인들의 건승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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