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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 Vol.23

오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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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리핀 타가이타이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마닐라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화산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타가이타이는 고산 지대로 날씨가 선선하고, 모기도 없어 마닐라 사람들이 휴양지로 애용하는 곳이다. 


필자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신입직원으로 들어가서 1984년 첫 해외 출장을 간 나라가 필리핀이었다. 당시 필리핀은 한국보다 더 서구화 되어 있었고, 더 선진국이었으며 빈부격차는 컸지만 더 잘 살았다. 석양이 아름다운 마닐라만에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빌딩과 요트를 보고 솔직히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 타가이타이도 방문했었는데, 평화롭고 아름다운 타알 화산과 호수를 보며 꼭 다시 한번 타가이타이를 방문하고 싶었는데 거의 40년 만에 다시 방문하게 되어 감개무량하였다.



동남아교육장관기구(SEAMEO)가 주최한 <고등교육의 국제화 학술회의>로, 해외 연사는 필자만 직접 참석했고, 미국 MIT 교수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전문가들은 모두 화상으로 발표했다.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ZOOM을 통해 만나고 회의하고, 교육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필자는 회의 참석 중에도 한국 대학을 대상으로 2번의 원격 강의를 진행했는데, 한국에서 하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원격강의를 진행하였다. 


우리가 이제 이런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어디에 가서든지 회의와 강의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이 덕분에 공기도 탁하고, 교통도 막히는 마닐라보다 산 정상의 아름다운 휴양지 타가이타이가 국제회의를 하기에는 더 매력적인 것이다. 사실 타가이타이에서 개최된다는 점에 매료되어 회의에 참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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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역 여건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가 창출된다는 것을 새삼 필리핀 타가이타이에서 깨닫게 되었다. 자연환경이 좋고, 여유가 있는 지방이 여러모로 수도권에 비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역의 장점을 발견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런 역발상은 바로 지역 주민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역량에 따라 그 지역이 흥하기도 하고 쇠락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 주민의 역량을 키워주는 평생교육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나와 지역과 국가와 세계를 흥하게 하는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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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상호연결되고, 상호의존하고 있는 21세기에 지역 주민들이 세계의 흐름을 잘 알고, 매사 세계적 시각에서 생각하면 그 지역은 세계와 연결된 지역이 된다. 세계와 연결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과는 다른 운명으로 나아간다. 지방이지만 세계와 연결된 지역으로 일본의 유후인을 들 수 있다. 


유후인은 젊은이들이 떠나가고 노인들만 남은 쇠락한 온천 마을을 지역 주민들의 자각과 주도로 마을에 문화와 예술을 접목하고, 글로벌한 시각으로 지역 재생을 도모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또한 일본의 교토는 가장 일본적인 것이 세계와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로컬이 글로벌과 직접 만나 새로운 그 무엇을 보여준 것이다. 교토와 유후인을 찾는 사람들은 일본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 중국인, 유럽인, 미국인 등 다양하다. 


지역주민이 세계시민으로 변모하면 지역은 세계와 연결된다. 그러면 어떻게 지역주민이 세계시민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여기에 몇가지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 매사에 세계를 인식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지역과 세계를 연계하는 연계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국내 밀가루 값이 오르고, 기름 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다른 나라에서의 전쟁과 국내 물가가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도 그 예이다.


둘째,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외국인 친구가 있으면 그 나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달라진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기고 16강에 진출하게 되자마자 멀리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우즈벡 친구가 나에게 축하의 인사말을 SNS를 통해 보내왔다. 참으로 고마운 친구이다. 이제 이웃 사촌이라는 단어에서 거리는 없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셋째, 휴대폰, TV 등을 통해 외국 뉴스를 의도적으로 찾아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 내에서는 외국 뉴스의 비중이 국내 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국내 뉴스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늘 안테나를 세우고 국경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고, 읽고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평생교육 차원에서 제공되는 세계시민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관련 강좌, 국제기구 강의, 국제 이슈 강연 등을 적극 찾아 듣기를 권하고 싶다. 국경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슈들을 민첩하게 배우고 익혀 세계와 지역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세계시민에 가까워질 것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세계와 동떨어져 살아왔다. 한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뛰어든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그리고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정책 이후이다.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배타적이고, 국수적인 문화를 내재화하게 되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정책 이후 30년 만에 세계 유수의 국가로 부상한 한국은 경제적으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들어가고,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반도체 등 첨단 과학 기술 강국이고, 영화, 음악 등에서 세계 문화산업 선진국이다. 


아마도 이러한 성취는 세계 시장과 세계 무대를 잘 활용한 세계화 정책의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가치관,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숙고해 보아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국가이익만 추구하고, 선진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은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G10, G20 회의에 초대받은 것은 자랑하면서 에이즈 ․ 말라리아 퇴치 Global Fund에 내는 기여금은 아까워 하지 않는지 등등 세계 선진국이면서 존경받는 문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사고에서 탈피해서 세계시민주의 철학으로 나아가는 것이 첩경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는 향후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 혁신 아젠다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이 세계시민으로 변모하는 그 날까지 세계시민교육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교육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